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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캐나다판 ‘도가니’에 원주민 500년의 비극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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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처음 털어놓는 얘기지만) 늘 신부들에게 성폭행 당하고 수녀들에겐 맞곤 했다. 이제 (나를 학대하던) 그들은 다 죽었겠지만, 난 아직도 그들을 본다. 침대에 누우면 악마처럼 그들이 나를 덮칠 것 같다. 그들이 지금도 내 옆에 있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고, 그 때문에 아직도 두렵다.”

   ‘그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로 대종상… 10여 년 침묵 끝에 다시 영화로 “상처, 분노, 성폭력… 난 학대받던 아이였다. 마치 쓰레기가 된 느낌이었지.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알코올중독자가 됐다. 친한 친구 네 명은 모두 목을 매 자살했다.”

  캐나다 정부의 원주민 정책 중 하나였던 (5~16세의 원주민 아이들을 ‘교육’이란 미명 아래 가족에게서 떼어내 생활하게 한) 기숙학교에서 적어도 7세대, 200여 년간 성폭행, 구타, 비하 등 각종 학대와 폭력에 시달렸던 인디언들의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든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풀 차일드’(Beautiful Child)의 울림은 상상 외로 컸다.

  단조롭고 담담한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토해져 나오는 진실과 이를 치유하려는 몸부림이 주된 줄거리인 이 93분짜리 다큐멘터리는 오는 14일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시대를 초월해 권력을 가진 자의 비열하고 잔인한 폭력은 비단 이 캐나다 인디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이겠냐고. 2011년부터 1년6개월간 인디언들이 거주하는 캐나다 곳곳을 카메라를 들고 찾아다니며 그들의 트라우마를 담아내고 치유의 길을 모색한 이성수(사진) 감독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반가운 인물이었다.

  그는 1988년 여성신문 창간 준비호 첫 기사로 터져나와 반향을 일으킨 안동 주부 사건을 토대로 한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의 시나리오로 1990년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최초의 러시아 로케이션 영화로 기록되는 ‘맨발에서 벤츠까지’(1991)로 정식 감독 데뷔를 한 후 대학 강단, 영화 제작,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던 그가 충무로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1999년 스크린 쿼터제 반대를 외치며 삭발을 한 이후다.

  그 후 2000년대 중반까지 외국인 근로자, 탈북자 등을 위한 선교 지원 활동을 하는 틈틈이 탈북 다큐멘터리를 찍어 이것이 영국 BBC, 일본 NHK 등에 방송되면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그는 ‘뷰티플 차일드’ 작업에 본격 돌입하면서 다시 영화판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